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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역사

가장 오래된 악기 알아보기

by 가야금 연주자 2025. 5. 3.

슬로베니아의 디브예 바베 동굴에서 1995년 발견된 곰뼈 조각은 인류 음악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약 4만3,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동굴곰의 넙다리뼈에 손가락 구멍이 뚫린 형태로, 학계에서 "디브예 바베 플루트"로 명명되었다. 그러나 이 유물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하이에나의 치아 자국이나 자연적 침식으로 인해 구멍이 형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는 단순한 뼈 조각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슬로베니아 국립박물관은 이를 네안데르탈인의 악기로 공식 인정하며 복제품 연주 실험을 통해 음계 생성 가능성을 입증하려 시도했다. 이처럼 학술적 논쟁의 중심에 선 디브예 바베 플루트는 선사시대 인류의 음악적 행위 존재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단서로 기능하고 있다.
 
독일 슈베비셰 알프 지역의 홀레 펠스 동굴에서 발굴된 독수리 뼈 피리는 약 3만5,000년 전 현생인류가 제작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08년 보고된 이 유물은 4개의 손가락 구멍과 V자형 입술 홈을 갖춘 구조로, 현대적 음계 연주가 가능한 최초의 악기로 평가받는다. 동시기 매머드 상아로 제작된 플루트도 발견되며, 당시 인류가 동물 뼈뿐 아니라 상아 가공 기술까지 보유했음을 입증했다. 특히 이들 악기는 단순한 리듬 생성 도구를 넘어 선율 표현이 가능한 수준으로, 음악이 의식·의례뿐 아니라 일상적 예술 활동으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한다. 프랑스 호르르드 츄르리 동굴에서 발견된 우드윈(기원전 35,000년 추정) 역시 동물 뼈를 정교하게 가공한 관악기로,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초기 인류의 음악적 창의성이 공존했음을 보여준다.

막대기·돌·동물 가죽을 이용한 타악기는 이론상 최초의 악기로 추정되나, 고고학적 증거는 관악기에 비해 희소하다. 이는 유기물 재료의 부패로 인한 기록 소실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부 학설에서는 3만7,000년 전 매머드 가죽 북의 존재를 가정하지만, 이는 동굴 벽화나 도구 흔적을 통한 간접적 추론에 의존한다. 반면 중국 윈난성에서 발굴된 800년 전 현악기 '만오언'은 보존 상태가 완벽해, 비교적 근대 악기의 발전상을 입증한다. 이러한 시간적 괴리에도 불구하고, 모든 고대 악기의 공통점은 공동체 유대 강화·의식적 기능·감정 표현 도구로서의 역할이다. 특히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악기 유물 비교는 음악이 생물학적 진화를 넘어 문화적 필요성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한다. 학계는 여전히 타악기의 기원을 규명하기 위해 유라시아 대륙의 신석기 유적지 발굴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국악기 중 가장 오래된 악기로는 가야금이 문헌상 명확히 확인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6세기 중엽 가야의 가실왕이 중국 쟁(箏)을 참고해 가야금을 제작했으며, 악사 우륵이 12곡을 작곡해 신라 진흥왕 대에 전파했다. 그러나 기원전 1~2세기 유적지의 현악기형 유물과 4~6세기 토우 항아리의 가야금 형태 조각상이 발견되며, 실제 기원은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륵은 가야 멸망 후 신라로 건너가 가야금 음악을 체계화했고, 이는 신라 삼현(三絃)의 중심악기로 자리잡았다. 타악기의 경우 삼국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고고학적 증거는 부족하다. 제천의식에서 북·징이 사용된 기록은 있으나, 현재 확인된 유물은 고려 이후 시기다. 삼국시대 고구려의 고(鼓)·각(角)·공후(箜篌) 등 악기 목록이 중국 문헌에 등장하지만, 이는 외래 악기와의 혼용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악기 계보상 가야금이 자생적 기원과 역사적 기록 면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로 인정받는다.

독일의 홀레 펠스 동굴에서 발굴된 독수리 뼈 피리
슬로베니아의 디브예 바베 플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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