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명인

국립창극단의 대표 소리꾼 김금미

가야금 연주자 2025. 5. 8. 13:52

김금미 명창은 한국 전통음악의 깊은 뿌리를 지닌 예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외할머니 김옥진 명창은 남도민요 ‘육자배기’의 대가로, 어머니 홍성덕 명창은 전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이자 여성국극의 대모로 활동하며 국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비록 어린 시절부터 판소리를 익히지는 않았으나, 고교 시절 전통무용을 배우면서 몸짓과 기량을 키웠고, 어머니의 권유로 여성국극 무대에 서면서 전통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25세에 성창순 명창을 만나 판소리 ‘심청가’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으며, 이후 동편제와 박봉술제 등 다양한 판소리 계통을 섭렵하며 소리의 외연을 넓혔다.
 
국립창극단에 1999년 입단한 김금미 명창은 처음에는 판소리 수련생으로서 창극 무대 경험이 부족했으나, 뛰어난 음악성과 발성, 그리고 진지한 자기성찰로 빠르게 성장했다. 동료 소리꾼들과의 경쟁 속에서 자신의 음역, 시김새, 성음, 발성 등 소리의 본질을 탐구하며 ‘진정한 소리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녀는 판소리 다섯 바탕과 그 흐름을 완벽히 익히기 위해 여러 스승에게서 체계적인 전수를 받았고, 그 결과 2007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명창 반열에 올랐다.
 
김금미 명창은 국립창극단에서 다양하고 굵직한 작품에 참여하며 창극과 판소리 양쪽에서 탁월한 연기와 소리를 선보였다. 특히 2023년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트로이 왕비 헤큐바 역을 맡아 비극적 상황을 절절하게 표현해 국내외에서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은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에든버러 축제 ‘꼭 봐야 할 공연 50선’에 포함되며 판소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한 《정년이》, 《심청가》 등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며 창극단의 중추적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판소리 완창 무대에서도 김금미 명창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녀가 10여 년간 사사한 박봉술제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난도가 높은 작품으로, 중국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다. 이 작품은 고어와 사자성어가 많고, 통성·호령조 등 강한 성량과 깊은 내공이 요구된다. 김금미 명창은 ‘적벽가’의 극적 요소를 자신만의 해석과 발림으로 표현하며, 여성 창자가 그리는 영웅 시대의 호방함과 인간적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2024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완창 무대를 선보이며 판소리 완창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국립창극단 창악부 악장으로서 김금미 명창은 전통예술의 계승과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그녀는 소리를 자신의 자존심이자 자긍심으로 여기며, 끊임없는 연구와 수련으로 소리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또한 후배 양성에도 힘쓰며 국립창극단의 전통과 위상을 지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김금미 명창의 예술은 전통 판소리와 창극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전통음악의 현대적 재해석과 세계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